같은 회사인데 값이 다른 이유 — 평가의 목적과 시점
기업가치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값이다. 세무, 거래, 투자유치, 소송 등 목적별로 평가 기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시점 선택이 왜 중요한지 살펴본다.
"우리 회사 얼마쯤 됩니까"
대표들이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이지만, 정확히 답하려면 되물어야 한다. 무엇에 쓰실 겁니까. 상속·증여 신고를 위한 것인지, 지분을 팔기 위한 것인지, 투자를 받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과 나오는 숫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를 두고 세 가지 평가가 각각 다른 값을 내놓는 일은 오류가 아니다. 애초에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적별로 달라지는 기준
세무 목적. 상속·증여,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는 상속세및증여세법의 보충적 평가방법이 기준이 된다. 최근 사업연도의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정해진 비율로 가중평균하는 법정 산식이다. 협상의 여지가 없고, 과거 실적이 결과를 지배한다.
거래 목적. M&A나 지분 매각에서는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DCF, 유사기업과 비교하는 상대가치평가 등이 쓰인다. 여기서는 과거보다 미래 전망이 중요하고, 경영권 프리미엄과 협상력이 최종 가격을 좌우한다.
투자유치 목적. 초기 기업은 실적이 없거나 적자인 경우가 많아 전통적 방법이 잘 맞지 않는다. 시장 규모, 기술력, 팀, 유사 투자 사례가 근거가 되며, 투자자와 창업자의 합의로 가격이 정해진다.
소송·분쟁 목적.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지분 분쟁에서는 공정가치 개념이 적용되고, 법원 감정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쪽에 유리한 가정을 썼는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진다.
시점이 만드는 차이
평가는 특정 시점의 재무제표와 전망을 근거로 한다. 따라서 언제 평가하느냐가 결과를 크게 바꾼다. 실적이 급성장한 직후에는 세무상 평가액이 뛰어 승계 비용이 커지고, 반대로 일시적 부진 뒤에는 낮아진다. 대규모 설비투자로 자산이 늘어난 시점, 임원 퇴직급여 충당이 반영된 시점에 따라서도 순자산가치가 달라진다.
그래서 승계나 지분 이전을 계획하는 기업이라면 '지금 얼마인가'보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봐야 한다. 성장 국면이라면 이전을 앞당기는 편이 유리하고, 구조조정이나 투자 지출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반영 이후를 기다리는 선택도 가능하다.
결론
기업가치평가는 정답을 찾는 작업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근거를 만드는 작업이다. 한 번 받은 평가서를 모든 상황에 돌려쓰려는 시도가 가장 흔한 실수다. 매년 결산 후 세무상 평가액을 파악해 두고, 실제 거래나 승계가 임박하면 그 목적에 맞는 평가를 별도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상품 가입이나 투자·세무 의사결정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제도 내용은 입법·정책 진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구체적 사안은 전문가 상담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성윤 Ph.D. 컨설팅학 박사, 기업가치평가/가족기업승계/기업퇴직연금제도 문의 및 상담 arepos@gmail.com